“동물 농장”, “걸리버 여행기”, “돈키호테”
흔히 작가들은 사회가 부패하고 혼란하였을 때에 사회 부조리와 모순을 시와 소설, 수필, 그리고 희곡 등의 장르를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해 왔다. 조지오엘은 “동물농장”을 통해 스탈린의 변질된 전체주의(개인보다 국가우선)를,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당시 영국사회와 인간문명을 그리고 세르반테스는 “돈 키호테”를 통해 이상주의에 빠진 스페인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전체주의를 추악한 동물로 풍자한, “동물농장”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쓴 “동물농장”(Animal Farm)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후 스탈린과 변질된 전체주의를 비판한 풍자소설이다. 그는 스페인 내전에 공화국 의용군으로 참여해 프랑코장군의 파시스트정권에 대항해 싸우기도 했다. 그가 동물농장을 집필하게 된 것은 스탈린의 독재정치, 공산당의 배신과 독선에 환멸을 느낀 것이 크게 작용했다. 동물농장의 주요 캐릭터는 동물들로, 농장에 살던 동물들이 가혹한 생활에 이기지 못해 주인을 쫓아내고 직접 농장을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작품에서 스탈린과 당원들을 돼지로, 비밀경찰은 개로, 종교는 까마귀에, 그리고 레닌을 메이저 영감으로 비꼬았다.
생활고에 시달린 민중과 농민, 그리고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은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불린다. 혁명은 노동자들이 착취 계급을 제거하고 평등의 바탕위에 생산수단의 공유화, 상속제 폐지, 국가운영과 사회제도와 사회 건설이란 목표를 내걸었다. 이로 인해 1917년 3월2일, 304년 동안 지속된 로마노프 왕조(1613-1917)와 군주제가 무너졌고 레닌과 스탈린, 트로츠키 등이 주축이 되어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소비에트 연방을 수립했다. 하지만 군주제가 없어지고 혁명이 완성되었지만 소비에트 연방을 이끄는 지도자들 역시 자신들이 내세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시 민중을 억압하며 전체 독재정권으로 변질되어갔다.
오웰의 동물농장은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와 권력은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함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부패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등 현존하는 모든 체제도 동물농장 속의 동물들처럼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세기가 끝날 무렵 세계 유력 언론들은 만장일치로 동물농장을 20세기 최고의 문학작품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그것은 그가 사회주의자이면서 사회주의 소련을 용인하고 찬양하는 주류에 몰입되지 않고, 소련의 독재와 만행을 바로 인식하고 비판할 수 있는 예지와 용기를 가졌다는 이유였다.
인간문명을 괴물로 풍자한, “걸리버 여행기”
영국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년)의 걸리버 여행기는 영미권 풍자문학의 최고의 걸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는 당시 영국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수 없었기에 풍자와 기행문의 형식으로 그것도 가명으로 출판하였다. 걸리버 여행기는 당시 영국 권력층을 상징과 비유, 풍자 등 다양하고 풍부한 표현으로 인간의 부도덕한 내면을 파헤치고 있다. 스위프트가 번득이는 재치와 날카로운 아이러니로 추상적인 것들을 기괴한 생물과 사물로 탈바꿈하므로 표현을 극대화하였다. 때론 상식과 이성을 없애 버리기도 하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걸리버 여행기는 총 4부로 출판되었지만 4부는 신성모독 등의 이유로 어린이들에게는 출판을 제한하였고 삭제해 왔다. 제 1부는 걸리버가 키가 1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소인국을 방문하는 이야기로, 그는 소인국 나라의 왕궁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 오줌을 누는 해학적인 장면을 연출하므로 더욱 흥미를 이끌고 있다.
또한 달걀을 위쪽으로 깨느냐 아래쪽으로 깨느냐를 가지고 전쟁을 하게 되는 소인국의 기막힌 모습은 다름 아닌 개신교와 로마교의 갈등을 풍자하고 있다. 2부에서 걸리버는 키가 20미터에 가까운 거인국에서 조롱을 받으며 새장 안에 갇히는 등 곤혹을 치른다. 걸리버는 소인국에서 강자였고 그를 당할 자가 없었지만, 거인국에서는 도리어 천대를 받으며 비천한 존재가 된다. 인간의 가치가 장소와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하늘을 나는 섬나라의 기행을 다루고 있다. 섬나라 사람들은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공상과 비실제적인 과학에 몰두하는 것을 풍자하여 당시 영국의 과학자들을 심각하게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 4부는 말들의 나라에 대한 기행으로, 아주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4부 만큼은 누구라도 읽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말과 사람이 동일하게 이성의 존재로 표현하고 있으며, 야후라 불리는 괴물들이 존재한다. 괴물인 야후(말)들이 사람을 동물처럼 마구잡이로 학대하고 부린다. 사람이 수레를 끌며 말들에게 종노릇하며 지배 받는 세상이 펼쳐진다. 4부는 사람이 사람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인간의 악함과 타락됨을 폭로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세상을 즐겁게 해 주려는 것이 아니라 화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주의자를 바보로 풍자한, “돈키호테”
우리는 종종 엉뚱하거나 황당한 사람을 돈 키호테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돈 키호테의 작품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당시 스페인 국왕 펠리페 3세는 길가에서 울고 웃는 사람을 보고 “저 자는 미친 게 아니라면 돈 키호테를 읽고 있는 게 틀림없다.”라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돈 키호테는 스페인 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의 대표작으로, 당시 기득권층의 부패와 위선을 비판하기 위해 쓴 작품이다. 세르반테스가 살던 펠리페 2세 시절은 국가에 의해 종교를 강요받았고 종교재판을 통해 철저한 삶의 투쟁이 요구되던 시기였다. 종교재판을 통해 수많은 유대인들이 고통을 겪었고, 세르반테스 역시 개종한 유대인으로서 고난과 역경으로 뒤덮인 굴곡의 삶을 살았다.
세르반테스의 명성은 걸작 돈 키호테에서 나왔다. 스페인 라만차 지방을 배경으로 소설의 주인공 돈 키호테는 환상을 갖고 모험의 길을 떠난다. 여행 중 몰매를 맞기도, 미친 사람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풍차를 적군이라며 창을 들고 싸우기도 한다. 두 주인공을 통해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해학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는 많은 고초를 겪은 후에 고향 사람들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만 659명(남자 607명, 여자 52명)이나 된다. 책 속에서 펼치는 다양한 사람들과 풍부한 유머와 넘치는 재담, 그리고 수많은 일화들은 후대 문학과 예술에 무한한 사색과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돈 키호테는 지금까지 영화를 비롯 다양한 작품으로 제작된 것만 300편이 넘는다. 2002년 노벨연구소는 돈 키호테 작품을 세계 100대 문학에서 1위로 선정하여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평가한바 있다.
작품에서 돈 키호테가 이상적인 인물이라면 산초는 현실적인 인물로 대조적이지만. 둘 사람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돈 키호테는 이상적인 소설이기보다 가장 현실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작품은 극단적인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인 두 사람이 서로 에게 영향을 주면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돈 키호테의 진면목이자 세르반테스의 위대함이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돈 키호테는 당시 스페인 사회와 심지어 오늘 시대의 자화상이라 할만하다. 후대의 비평가들은 돈 키호테를 세계 최초의 근대 소설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는 우유부단한 햄릿형 인간보다는 신념과 결단력 있는 돈 키호테 형의 인간이 더 공감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양극단의 본성을 그린 햄릿의 저자 셰익스피어와 돈 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공교롭게도 1616년 4월23일,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 숨을 거뒀다. 유네스코는 두 작가가 세상을 떠난, 4월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