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가우디, 훈데르트 바서, 자하 하디드

안토니 가우디, 훈데르트 바서, 자하 하디드

자연은 위대한 발명가이다. 비행기는 새에서 영감을 얻었고, 항공기의 날개는 고래의 지느러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자연을 통해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다. “가우디”와 “훈데르트 바서” 그리고 “자하 하디드”는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남겼다. 이들은 모두 직선을 거부하고, 자연을 통해 얻은 곡선으로 건물을 완성했다.

 

가우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신이 지상에 머물 유일한 거처”, “미완성인 상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물”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ilia)을 두고 한 말이다. 성가족 성당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1852-1926)가 1882년부터 그가 죽을 때까지 전 생애를 바쳤지만 미완성으로 남겨졌다. 그가 생존 당시 격찬과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그의 건축물이 이제는 시대를 앞선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가족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이자 스페인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현재 성가족 성당은 그가 죽은 100주기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가 남긴 건축물은 그의 대표작이자 최대 작품으로 아직 미완성인 “성가족 성당”을 포함하여 “까사 바트요”, “까사 밀라”, “까사 비센스” 등 일곱 개로,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미완성의 건축가, 곡선의 건축가로 불리는 가우디의 건축물에는 직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와 같이 가우디 역시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말하므로 자신의 스승이 곧 자연임을 말하고 있다. 그는 곡선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적당히 직선을 활용하였고, 곡선의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오히려 모난 부분을 첨가시켰다. 그럼에도 성가족 성당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50여개국어로 된 “주기도문”과 함께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하는 “한글 주기도문”을 생생하게 새겨 놓은 것이라 하겠다.

 

가우디의 작품 중에 가장 사랑받는 곳은 카르멜 언덕위에 세워진 구엘 공원(Parque Güell)이다. 구엘 공원은 당시 사업가였던 구엘이 정원도시를 지어 분양하여 돈을 벌기 위해 가우디에게 의뢰하여 만들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가우디의 재능을 알게 된 구엘은 “네 마음대로 지어봐라!”며 모든 공사를 맡기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우디는 스티브 잡스가 “제품의 속까지 아름답게 제작하라.”며 고집했던 것보다 훨씬 앞서 공원의 내부까지 완벽하게 공사하길 원했다. 가우디는 풍부한 지원을 받으며 독특한 건축물들을 차례로 탄생시키며,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만들어냈다. “모든 것이 자연이라는 한 권의 위대한 책으로부터 나온다. 인간의 작품은 이미 인쇄된 책이다.” 가우디가 남긴 말이다. 우리의 손에도 그 위대한 책이 주어졌음은 물론이다.

 

훈데르트 바서, 강물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있다면 비엔나에는 훈데르트 바서(1928-2000, Hundertwasser)가 있다. 그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당신은 자연에 잠깐 들른 손님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건축은 네모다.”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훈데르트 바서는 화가이자 건축가로, 그를 설명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의 이름에 담긴 뜻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백 개의 강”이라는 뜻이다. 그의 이름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음악가는 자신의 생각을 오선지에 담으나, 건축가는 건물에 담는다. 훈데르트 바서는 건축물을 통해 “자연과 사람의 조화”라는 이상적인 꿈을 실현해 냈다. 그는 꿈을 살현하기 위해 때론 화폭 밖인 자연으로 뛰어나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행동하는 건축가”라고 부른다. 그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나선과 곡선 그리고 원색이다.

그에게 나선은 생명과 죽음을 상징한다. 시작과 끝이 정해져있지 않고 돌고 있는 나선은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구불구불한 곡선을 통해 자연의 역동성을, 그리고 원색을 통해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직선을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했다. “직선은 부도덕하며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진다.”라고 까지 했다. 그리하여 그는 직선을 피하고 최대한 자연을 닮은 건축물을 만들고 싶어 했다. 마치 나비가 직선으로 날지 않듯이, 풀잎이 직선으로 자라지 않듯이, 강물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듯이, 산의 모양에서 직선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건축물 또한 자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리하여 물감 대부분을 직접 만들고, 거리에 버려진 폐품이나 심지어 담배꽁초, 껌 종이, 전단지, 영수증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가 남긴 주요 건축물로는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 “쿤스트 하우스 빈”, 주요 회화작품으로는 “대성당 1”, “노란 집들” 등이 있다. 그 중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 “획일적이지 않은 불규칙함”, “창문의 다양함”, 그리고 “아름다운 장애물”이라고 불리고 있다. 비엔나 구도심에 위치한 시립아파트 “훈데르트 바서 하우스”는 그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최고의 건축물로 꼽힌다. 1980년대 초, 비엔나 시당국은 공동주택의 질이 떨어지자 훈데르트 바서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그는 대지면적 1543㎡ 위에 총 52 가구 중 똑같은 집이 없도록 외부의 창틀의 모양과 색깔을 모두 다르게 하여 집집마다 정원을 만들어 나무를 심었다. 훈데르트 바서는 집(아파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집은 밖에서도 거주자가 자신의 집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하 하디드, “자연은 물처럼 흐른다.”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받았으며, 2008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69위’, 2010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100인’, 2012년 ‘대영제국 DBE 훈장’을 받은 사람” 이라크 출신, 영국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에 대한 요약이다.

 

자하 하디드는 1980년대 초반부터 건축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녀가 여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93년 독일의 “비트라 소방서”를 완공하면서 시작됐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통적인 개념을 탈피하여 해체주의 건축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중에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다. 자연을 사랑한 그녀는 직선보다 곡선을 주로 사용하며 건축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그는 “곡선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하디드가 지난 30여 년간 설계하고 디자인한 건축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 BMW 본사 건물, 스페인 사라고사 파빌리온 다리, 중국 광저우 오페라하우스, 로마 맥시아트 뮤지움, 한국 동대문플라자, 그리고 런던올림픽 수영경기장 등 굵직한 작품만 30개가 넘는다. 미국과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중국, 대만 등 그가 설계한 작품들이 수없이 많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는 2개의 조약돌을 형상화하였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만들어진 문화센터는 바람에 날리는 치마를 닮았다. 동대문 플라자는 UFO가 착륙한 모습으로 표현하였으며, 그리고 2012년 지은 런던올림픽 수영경기장 지붕은 바다에서 출렁이는 파도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그녀는 최단 시간에 여성을 대표하는 건축가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2016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디자인한 작품들은 지금도 전 세계 대도시의 구석구석에 우뚝 솟아 있으며, 유명 건축 전문잡지들은 연이어 그녀의 건축세계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하디드는 그의 작품집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중력의 영향으로 기둥이 직각으로 서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선형의 기둥은 왜 안 되느냐? 나는 건축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하디드는 여성의 역할과 도시의 풍경, 건축 예술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개척자였다.”라고 평가했다.

– 2019년 3월 / 제 94회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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