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글 ≫ ▶ 그리스가 남긴 민주주의 유산 ◀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천성적으로 폴리스(공동체)적 존재”라고 한 말과 같이 폴리스는 그리스의 상징이었다.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파르테논신전과 아레오파고스(Areopagos)를 빼놓을 수 없다. 바울이 아테네를 방문했던, 1세기 이전부터 아크로폴리스에 우뚝 솟아 있던 파르테논신전에서는 휘황찬란한 종교의식이 정기적으로 집례 되어왔다.
그에 비해 아크로폴리스 언덕 바로 아래 아레오파고스에는 어떤 건물도 없이 그냥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이 둘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언덕 위와 아래에 있었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컸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파르테논신전은 기하학적 균형과 조형미가 상징하듯 이곳은 오직 신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곳에는 인간은 권리나 인권을 인정받기보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질서에 순종하고 따를 뿐이다. 이런 파르테논신전은아테네뿐 아니라 고대 유럽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신정정치와 귀족정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에 반해 언덕 아래에 있는 아레오파고스는 억울한 피고인마저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기에 바울은 아테네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다가 유대인들에게 기소 당했지만 이곳에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 (행17:22) 바울은 아레오파고스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것은 물론 정당성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아레오파고스는 시의회가 모여 회의를 하거나 재판을 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철학자들의 토론장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