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제국, 앗수르 제국, 바벨론 제국

로마의 지성 키케로(BC 106-43)가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헤로도토스(BC 484-425?)는 “역사”란 책을 집필한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내가 ‘역사’ 책을 쓰는 목적은 인류가 살아온 행적들과 놀라운 업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되고 사라지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 그리스인들과 비(非)그리스인들이 서로 전쟁을 하게 된 원인을 밝히는 데 있다.”

 

파라오와 클레오파트라의 제국, 이집트 제국

 

20세기의 걸출한 문명사가 아놀드 토인비(1889-1975)는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와 같은 찬란한 문화 유산물을 남긴 이집트 제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역사상 현존했던 21개의 문명 가운데 이집트 문명만이 그 어버이 문명도 없고, 아들 문명도 없었던 유일한 문명이다.” “블랙 아테나”의 저자인 마르틴 버넬(Martin Bernal, 1937- )교수는 “인류의 최고문명이라 일컬어지는 수메르문명은 바빌로니아로 계승되었으며, 이집트문명은 수메르문명에 비해 500년 정도 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리스문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집트 제국을 크게 선왕조 시대와 왕조 혹은 파라오 시대로 구분한다. 선왕조 시대란 글자그대로 문자가 없는 선사 시대로, 그 연대는 기원전 3200년 이전 시대를 통칭한다. 왕조시대는 기원전 3200년, 나르메르(Narmer)왕으로부터 시작하여 기원전 332년 알렉산더에게 패망하기까지를 일컫는다. 왕조 시대를 좀 더 세분화하면, 고왕국, 중왕국, 신왕국, 알렉산더 대왕의 통치,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 마지막 왕조의 클레오파트라와 이집트로 망명한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가 악티움해전에서 패한 기원전 30년까지로 나눌 수 있게 된다. 이집트의 긴 역사 가운데 문명의 최전성기로 꼽히는 시기는 사람들이 흔히 “이집트”라고 부르는 신왕국(BC 1570-1070)시기라고 말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1922년 신왕국 18왕조의 마지막 파라오 투탕카멘(BC 1361-1352)왕의 피라미드(무덤)가 발굴되면서 더욱 확실시 되었다.

 

이집트 제국은 기원 전 525년 페르시아 제국에 의해 정복당한 이후 약 2500년 긴 세월 동안 외세의 통치를 받았다. 이집트를 다스린 외세의 첫 주인은 앗시리아와 페르시아였고, 그 다음 그리스와 로마와 비잔틴제국에 이어 오스만 튀르크, 프랑스, 알바니아, 그리고 영국이 잇따라 주인행세를 하였다. 1952년 나세르(1918-1970)가 주도하여 알바니아 왕가를 몰아내고 공화국을 수립한 것은 이집트가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에게 패망한 이후 2500년 만에 주권을 회복한 위대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5세기에 이집트를 방문하고 쓴 책이 바로 “역사”란 책이다. 그가 이집트를 방문하고 있을 때는 이미 페르시아가 이집트를 다스리고 있었다. “역사”는 총 9권으로, 뒤에 쓴 3권은 페르시아 전쟁을 다루고 있으며, 앞에 쓴 6권 중 한권은 이집트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가 이집트를 방문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앗수르 제국

 

앗수르 제국(영어표기 : 앗시리아(Assyria)는 성경에 나오는 7대 제국(애굽, 앗수르, 바벨론, 메데, 바사, 헬라, 로마)중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셋째 강의 이름은 힛데겔이라 앗수르 동편으로 흘렀으며”(창2:14) 앗수르 제국의 이름은 에덴동산과 함께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함의 손자 니므롯이 앗수르 땅에 성읍을 건축한 때부터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았던 지역이 앗수르의 땅이었음을 알리고 있다.(창10:11) 셈의 아들 앗수르의 후손들이 족장 시대 이전에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바벨론 북쪽에 고대 왕국을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실을 근거할 때 앗수르 제국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간직하였는가를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세계사에서 앗수르에 대한 종합적인 기록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란 책에서 가장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앗수르 제국의 역사는 그의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근거하여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기초가 된 앗수르가 제국으로 성립된 시기는 대략 기원전 1350년 발리트 1세 시대로 보고 있다. 특히 앗수르 제국은 니므롯과 니느웨 등의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바벨론 카시트 왕조와 히타이트, 이집트의 몰락을 계기로 제국으로 성장하였다.

 

고대 앗수르 제국이 막을 내리고, 신 앗수르 제국이 기틀을 닦기 시작한 때는 바벨론 함무라비(BC 1800-1760)시대와 때를 같이 한다. 1887년 이집트 텔 엘 아마르나(Tell el-Amarna)에서 발견된 아마르나 서신(Amarna Letters)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 열강의 대열에 포함된 나라로는 이집트, 헷족, 바벨론과 앗수르를 꼽고 있다. 그 중 앗수르 제국은 바벨론보다 강했고, 그 힘은 아라비아에서 그리스까지, 남북으로는 아르메니아에서 애굽까지의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앗수르 제국이 메소포타미아와 팔레스타인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황금시대를 이룬 시기는 대략 300년(BC 911-609)정도이며, 이후 내부 분열로 인해 급속히 쇠퇴하면서 BC 612년 바벨론과 메대에 의해 니느웨(BC 705-612)가 함락되면서 멸망하게 되었다. 런던 대영박물관 앗시리아 6번 방에는 앗수르 왕 살만에셀 3세(BC 859-824)의 오벨리스크가 원본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그는 이렇게 교만을 떨었다. “나는 온 백성의 태양이며, 온 나라의 군주이다.”

 

함의 손자 니므롯이 세운, 바벨론 제국

 

바벨론은 함의 손자 니므롯이 시날 땅에 세웠던 여러 도시들(창10:10)중 하나이며, 이곳에서 사람들이 탑(바벨, 창11:1-9)을 쌓았다. 바벨론 제국에 관한 성경의 기록은 다른 제국에 비해 월등히 많으나 세계 역사 기록은 다른 제국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고대 바벨론지역에 사람이 정착한 시기는 대략 기원전 3000년 이전부터지만, 이 도시는 기원전 23세기 아카드 왕 사르곤(Akard, Sargon)에 의해 파괴되었다. 일반적으로 바벨론 제국은 고대와 신 바벨론 제국으로 분류한다. 고대 바벨론은 기원전 1830년경에 셈족 계통의 아모리인들이 제 1왕조를 세운 때부터 기원전 16세기 까지를 말한다. 고대 바벨론은 제 6대 왕조 함무라비 왕(Hammurabi, BC 1792-1750)대에 이르러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함무라비 왕은 제국을 건설한 후 엘람, 수메르를 포함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정복하고, 서쪽으로는 지중해까지 제국을 확장하였다. 함무라비 왕의 최고 업적은 법전을 통해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 하겠다. 함무라비 법전은 수메르 법전이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으로 알려져 있다. 서문과 본문 282개로 된 법전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약 1000년에 걸쳐서 시행되었다. 고대 바벨론은 함무라비 왕이 죽은 후 기원전 1595년 히타이트 족이 침입하기까지 약 300년간 지속하다 결국 1220년경에 멸망하게 된다.

 

이후 도시국가 가운데 앗시리아가 점점 강성하여 기원전 7세기에 이르러는 제국의 수도를 니느웨로 정하고 북부 메소포타미아 일대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까지 함락시켰다. 당시 바벨론은 앗시리아에서 임명한 왕의 통치하에 있었다. 그러다가 기원전 626년, 갈대아 부족의 나보폴리살 왕(재위 BC 625-605)이 앗시리아의 수도 니느웨를 침공하여 새로운 왕조를 시작하였다. 역사에서는 이 왕조를 신 바벨론 혹 갈대아 왕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 바벨론 제국의 황금시대는 나보폴리살의 후계자 느부갓네살(재위 BC 605-562)의 치세 때였다. 그는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을 정복하고 예루살렘과 성전을 파괴하고 불태운 후 유대인들을 바벨론에 유폐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고대 함무라비 왕 이래 몰락했던 바벨론이 다시 재건하는 듯 보였지만, 그의 사후 급속도로 나라가 기울면서 기원전 539년, 메대를 흡수한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BC 558-529)에 의해 멸망당했다. 신 바벨론 제국은 여러 제국들 중에 가장 수명이 짧은 90년도 채우지 못한 채 깃발을 내리고 말았다. 역사 교훈의 현장으로 알려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새겨져 있다. “역사를 잃어버린 자에게는 다시 그 역사가 반복된다.”

– 2017년 10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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